대구보훈병원

4월부터 시작된 병원 취업공지가 한 풀 꺾이고 이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병원들 사이에서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고 이것저것 살펴보며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있었고 결론은 ‘집에서 병원을 다니자’ 였습니다. 그러던 중, 대구보훈병원이 문득 떠올랐고 공지가 뜨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작년에는 12월에 공지가 떴다고 하여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9월에 공지가 떴습니다. 예상보다 빨리 떠서 당황하긴 했지만 차분히 자기소개서와 지원서를 썼습니다.

지원서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외국어 능력 기술하는 칸에 토익이 없었던 것입니다. 즉, 토익 말고 토익스피킹이나 토플 등 다른 외국어 성적을 적어야만 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4학년 1학기에 토익스피킹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토익만 있으면 외국어 성적을 빈칸으로 내야 했지만 토익스피킹 덕분에 공란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자소서 질문내용입니다. 자기개발, 문제해결, 대인관계, 조직이해, 의사소통, 정보, 직업윤리 등 다각도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읽어보며 답을 해나가니 제 4년간의 대학생활은 물론이고 이제까지 살아온 모든 것을 기술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묻고 답하는 것이 아닌 통합적인 자소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짓 없이 최대한 솔직담백하게 적었고 1차 서류를 합격했습니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2차전형으로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국사와 간호지식에 대하여 나온다고 하여 EBS 한국사 강의를 들었습니다. 간호지식까지 공부해야 하므로 마음이 급했습니다. 바쁠수록 천천히라는 말도 있듯이 차분하게 강의 계획을 짜고 정해진 양을 듣고 매일 복습했습니다. 간호지식 또한 국시용 문제집을 풀며 이제까지 배운 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 시험을 치르기 전,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준비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2차 시험 전형도 합격의 기쁨을 맛 보고 마지막 전형인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면접 준비는 군더더기 없이 진심을 담아 했습니다. 간호학생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흔히 올라오는 면접 질문들을 정리해서 뽑아 혼자 묻고 답하기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면접관님들의 눈을 보고 답을 해야 했기에 인형을 앞에 두고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동생 앞에서, 부모님 앞에서 연습을 하면서 어떤 표정과 자세를 지어야 할지 코멘트도 받았습니다.

면접 준비는 틈틈이 했습니다. 면접 정답을 달달 외운 것이 아니라 어떠한 이야기를 할지 생각하고 정리한다는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청심환 한 병을 마시고, 머리를 한 올도 빠지지 않게 스프레이도 단정하게 고정하고 옷도 단정하게 입고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 전에 적성 평가 테스트도 본 기억이 납니다. 인적성 테스트 후에 한 조에 6명씩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관님들도 5~6분 정도 계셨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질문을 받았고 면접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질문은 다양했습니다. 간호지식도 물으셨고 간호관리 차원에서의 질문도 받았습니다. 또한, 간호의 본질에 대한 질문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질문이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였지만 면접 준비를 하면서 소재를 찾은 것들이였습니다. 면접관님들의 눈을 보면서 차분하게 솔직하게 대답하였습니다.

또한 중요한 것은, 면접 보러 병원에 갈 때 대중교통을 타고 주위 환경을 살폈고, 대부분의 환자군이 어떠한지, 병원 오는 길은 어떠했는지 생각하며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여 병원에 갔습니다. 가는 길에 어떠한 환자들이 대구보훈병원을 찾는지 눈여겨 보았고, 가는 길은 어땠는지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감사하게도 이에 대해 묻는 질문이 나와 잘 대답 할 수 있었습니다.

면접 볼 때 극심한 긴장 보다는, 면접관님들께 짧게나마 제 삶의 이야기를 들려드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좋았습니다. 떨리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 긴장을 긍정적인 자극으로 돌리는 것이 진정한 답임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에는 많은 병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과 맞는 병원을 찾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고된 일입니다. 저 또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병원 준비 과정이 큰 스트레스도 다가와 신체증상으로까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았기에 너무나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끝이 오고 각자의 병원이 나타납니다. 동기들과 함께 준비하고 즐기면서 추억을 쌓는다고 생각하시고 최선을 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후회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또 준비하면 저에게 맞는 병원이 선물로 짠 하고 나타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