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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비행기를 타고 늦은 시간 필리핀에 도착해서 공항에 내리자 한국과 달리 후덥지근하고 눅눅한 냄새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막연하게 더울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갔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덥고 습해서 많이 당황했다. 태풍을 만난 마지막 날을 제외하고는 모두 쨍쨍한 날씨여서 한껏 필리핀의 더위를 느끼고 올 수 있었다. 물론 필리핀 친구들이 말하길 진짜 여름은 오지 않은 상태였다고 했지만. 공항에서 나가니 우리를 마중하러 나오신 분들이 우리들을 무척 반갑게 맞아주었다.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피곤한 기색 없이 밝게 맞아주는 모습에 필리핀에서 어떻게 하나하고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걱정을 말끔히 지울 수 있었다. 숙소에서 짐을 가볍게 풀고 휴식을 취한 뒤 St. Paul University의 간호학과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우리 학교와 다른 점들이 꽤 있어 비교하면서 이것저것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먼저 우리학교에서는 기본 간호 실습실에서 모든 과목의 간호를 실습하지만, 필리핀에서는 수술실, 분만실, 신생아실, 일인실 등 공간을 분리해서 실습실을 다양하게 준비해놓은 것과 임산부 모형 등 여러 모형을 세분화해서 배치해 둔 것에 놀랐다. 특히 지역사회간호 실습실에서 수상가옥에서 간호하기와 약초 기르는 방법 교육하기 등은 우리나라에 없는, 필리핀의 특색에 맞춘 간호라 더 인상적이었다. 또 일반 교실에도 교탁 옆에 병상을 두어 이론 공부시에도 교수님이 바로 시연하여 보여줄 수 있게 해놓은 구조도 좋았다. 우리학교에 비해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본받을 점도 꽤 있었던 것 같아서 좋은 공부가 되었다. 둘째 날, 셋째 날에는 필리핀의 문화에 대해 탐방하는 일정이 대부분이었다. 처음 일정을 받았을 때는 전공연계라고해서 꼭 간호학과 관련된 학교와 병원만 가는 것이 아니라 관광명소로 유명한 곳을 들린다는 것이 단순하게 놀거리, 볼거리 제공인가하고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방문해보니 문화를 알아야 그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고, 그 이해가 간호와 연결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고를 확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교육적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셋째 날에는 Cavite라는 실제 St. Paul University의 학생들이 지역사회 간호를 실습 나가는, 가난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수상가옥에 방문하여 하룻밤 자고 올 예정이었는데 일정이 바뀌어 체험해보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쉬웠다. 네 번째, 다섯 번째 날에는 필리핀의 병원을 집중적으로 돌았다. 제일 처음 방문한 곳은 지역 보건소였는데 사람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작은 규모임에도 격리실이라든지 있을 것은 다 있는 것이 신기했다. 또 특이한 것이 보건소 입구 옆에 동물에 물린 사람들만 진료 보는 방이 특별히 준비되어있었다. 필리핀에서는 개, 고양이, 원숭이 등 동물에 물려서 방문하는 것이 흔하다는 것을 듣고 수상가옥 간호와 같이 필리핀에 특이적인 간호로 이런 것도 있구나하고 인상깊게 보았다. 그 후 네 개의 병원에 방문하였는데 마지막에 방문한 Cardinal Santos Medical Center 이외에는 거의 자선병원에 가까웠다. 거의 대부분의 비용을 대주는 곳도 있었고, 경제 상태에 따라 병원비를 차등 부과하는 곳도 있었다. 정부와 기업에서 이렇게 지원을 해준다 해도 여전히 아프지만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가는 사람들이 있고, 상태가 호전되었지만 퇴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무척 안타까웠다. EMR이 보급되지 않아서 모두 수기 차트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한눈에 볼 수 있게 색별로 환자를 구분한다던지 특이사항이 있으면 스티커를 붙여둔다던지 자기들 나름대로 신경 써서 환자를 분류하고 관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태풍이 와서 조금 삐끗한 느낌이 들었지만, 일정대로 평탄하게 흘러간 것보다 이런 일이 있음으로 해서 더 기억에 잘 남은 것 같다. 태풍으로 인해 연락이 끊겨 Farewell Dinner에 필리핀 학생들이 많이 참가 못하기도 했고, 우리가 준비한 공연을 하는데 음향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 등 여러 일들이 많았지만 잘 마무리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버디를 비롯해 필리핀 사람들 대부분이 외국인인 우리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해주며, 뭐든지 도와주려고 최선을 다해 신경써주고 배려해주는 것에서 순수하고 다정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외국인이라는 것에 부담스럽고 불편해서 어쩔 줄 몰라 했지만, 그런 그들의 친절한 모습에 금방 마음을 열고 함께 어울리면서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이렇게 즐겁게 일정을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와 헤어지던 날에는 ‘말은 통하지만 마음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다’라며 서로 껴안고 작별인사를 나눴을 정도로 정이 많이 들어서 너무 시간이 짧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필리핀 전공연계를 통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고, 간호에 대한 견문을 넓힐 수 있었으며 필리핀 친구를 많이 사귀었고 필리핀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경험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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