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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를 많이 해가서 그런지 기대가 정말 컸지만, 필리핀에 막상 도착하니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첫째 날에는 St. paul 대학교의 간호학과 학생들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 학교 간호학과 환경을 둘러보았다. 서투른 영어를 구사하며 대화하기가 어찌나 힘겨운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내 버디가 너무 고마웠다. SPU의 간호대학은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특히 실습실은 종류도 다양했고 크기도 컸다. 보통은 학교 내 실습실이 간호사 스테이션과 베드 몇 개가 다인데, SPU의 실습실은 분만실, 수술실, 회복실, 지역간호 실습실 등 학교 내를 정말 병원처럼 꾸며놓았다. 정말이지 이런 대학교에서 실습하면 매일매일 실습 수업시간이 기다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날부터는 필리핀의 여러 병원들을 투어 했는데, 열악한 환경의 병원들이 많았다. 특히 한 베드에 여러 명의 환자가 누워 있는 것을 보고 좀 놀랐다. 그리고 기억나는 특이한 점은 환자들이 환자복을 입고 있지 않았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환자복은 원하는 사람만 입는다고 했다. 특히 필리핀에서 가장 큰 국립 병원이라는 PGH는 거의 기부금으로 병원이 운영되는데, 너무 덥고 습한 환경이여서 환자들도 편안해 보이지가 않았다. 열악한 환경의 병원들을 보다가 마지막으로 간 Cardinal Santos Medical Center는 정말 외관부터 삐까번쩍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외국 부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병원이라고 했다. 이 병원에서는 항암제를 제외한 약을 간호사실 안에 있는 제약실에서 만들어서 환자들에게 준다는 것이 특이했다. 그리고 간호사 복지가 굉장히 잘 되어있었다.
하루에 약 1~2개의 병원 투어를 하고, 남는 시간에는 몰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필리핀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인과 관련된 박물관 투어도 했다. 또 하룻밤은 Community에 가서 지냈는데 그 지역사회의 아이들과 필리핀식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 그날 밤에는 버디들과 서로 각각 나라의 음식을 함께 준비하고 먹으면서 정말 친해졌는데, 버디들이 따갈로그어를 가르쳐줘서 열심히 따라했는데 그게 웃겼는지 그 날 한 참을 웃어서 배가 아플 정도였다. 정말이지 외국인들과 이렇게 말도 안되는 사소한 것 가지고 웃을 수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우리 모두 그렇게 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날에는 정말이지 강한 태풍이 불어서 비행기가 뜨네 마네 하룻밤을 더 지내야 하나, 하고 다들 걱정했지만 나는 내심 태풍이 조금만 더 머물러서 하루 더 지내고 싶었다. 태풍 덕분에 오전에는 그 날 일정을 다 취소하고 호텔에만 있었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 여유롭고 즐거웠다. 비록 버디들과 계획했던 식사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보여줄 수 있었고,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게 되어서 뜻 깊었다. 나랑 김아영 선배님은 우리 버디들에게 한복을 입혀줬는데 너무 너무 좋아하면서 사진 찍어달라고 이런 저런 포즈를 취했는데 너무 귀여웠다.
돌이켜보면 아쉬움만 남았던 필리핀 여행이지만 너무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친해지고, 또 필리핀의 문화를 흠뻑 느끼고 올 수 있어서 행복했다. 기회가 된다면 St. paul 대학교 학생들이 우리나라로 와서 이번엔 우리가 그들의 buddy가 되어 한국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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