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해외의료봉사 체험기
17학번 조현정
제7회 해외 의료봉사단에 지원할 때 나는 매우 간절했다. 많은 대학생들이 해외봉사를 다녀오지만 ‘간호학’이라는 내 전공을 살리면서 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않기 때문이다. 간호학과 학생들은 4개의 부서로 나눠서 맡게 되었는데 나는 그중에서 예진부를 맡게 되었다. 현지 사람들과 직접 마주하고 대화도 해보고 증상들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예진부에 지원하여 설레기만 했는데 막상 출발하기 전 예진부의 단체 톡 방에는 출발하는 새벽까지 많이 쓰이는 의학용어들과 해석 본 파일이 계속 올라왔다.
예진팀의 역할은 먼저 바이탈을 재고 환자 이름, 나이를 작성하게 한다. 환자분들의 주증상을 통역사가 영어로 해석해주시면 차트에 의학용어로 바꿔서 작성하고 마지막으로 IM, ENT, Surgery, Dental 중 우선순위를 두어 진료과를 분류하는 역할이었다. 예진팀에서 진료를 보면서 상처를 직접 눈으로 보고 mass면 통증이 있는지 단단한지 만져보기도 하며 다양한 케이스들을 접할 수 있었다. 팔에 삽입하는 피임기구인 implanon, 머리에 악성종양이 생긴 경우, 귀지가 너무 많거나 면봉 솜이 귀 안쪽으로 빠져서 쌓인 경우, 원인불명의 seizure 병원 진단서를 가지고 와서 약을 달라고 했지만 치료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돌려보낸 경우 등등 임상실습때는 잘 볼 수 없었던 사례들이 많았다. 이렇게 새롭게 나타난 주증상은 단체 카톡방에 그날 저녁마다 새롭게 등장한 의학용어를 올리면서 정보를 공유했다. 둘째 날부터는 통역사 선생님들과 ‘척하면 척’ 한 번에 알아듣고 작성하며 ‘방할란, 이단, 빠빠체컵’ 등 간단한 따갈로그어도 배우고 완전히 적응할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이번 진료가 아니면 다음 봉사자들이 오기 전까지 질병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의료진들이 오는 기회가 흔치않기 때문에 진료를 보는 우리에게 한국어로 “감사합니다!”하고 가시는 분들도 많았고 고마움을 계속 표현해주셨다. 모든 선생님들이 최대한 많은 환자를 보기위해 힘쓰셨지만 하루에도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진료마감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마다 sorry를 외치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지만 기다렸는데 진료받지 못한 사람들의 표정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곳 사람들은 충치가 정말 많았는데 치과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이를 뽑기 전 마취주사를 놓을 때 울지 않는게 마음 아팠어요. 마취주사가 되게 아픈데 애기들이 더 큰 고통을 평상시에도 느끼고 있었다는 뜻이거든요“ 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환자의 증상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의 내면까지도 바라보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환자분들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점심시간도 줄이시고 충분한 설명과 함께 작은 증상도 빼놓지 않으시며 진료가 끝나면 모두 burn out하신 의사선생님들, 원활한 의료봉사가 진행될 수 있게 노력해준 집행부, 좁은 곳에서 허리 굽혀가며 약 제조, 설명까지 쉴 틈 없던 약제부, 더운 날 밖에서 수많은 사람들 바이탈 재고 차트 작성한 예진부, 뜨거운 불 앞에서 소독하고 앉을 틈 없이 바빴던 중앙공급팀 등등 모두가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고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피드백도 수용하며 개선해나가는 눈부신 팀워크를 보여줬다. 전문성, 환자를 위한 마음, 열정 이 모든 것이 하나도 빠지지 않은 사랑 가득한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온 뜻깊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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