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해외의료봉사 체험기
17학번 최도혜
처음 의료 봉사단에 지원할 때에는 ‘내가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가장 많이 들었다. 해외 봉사는 모든 대학생들이 원하는 자원 봉사 중 하나이고, 그 중에서도 의료 봉사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하여 떠나는 봉사이기 때문에 많은 걱정들 속에서도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고 아직 간호사도 되지 못한 내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걱정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게다가 출국 전 사전교육 시간이나 약제 포장 시간에 모르는 것들 투성이여서 ‘괜히 폐를 끼치면 어떡하지?’와 같은 생각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그런 걱정들과 함께 많이 배우고 돌아오자는 생각을 하며 필리핀 가는 길에 오르게 되었다.
내가 가서 봉사하게 된 부서는 ‘중앙공급부’였다. 우리의 주 업무는 외과에서 사용하는 수술용품과 산부인과 검진 도구, 치과 도구들을 도맡아 소독하는 것이었다. 필리핀에 가기 전에 제6회 의료 봉사단에 다녀오신 선배님의 후기를 보며 ‘어느 정도 소독 환경이 열악하겠구나’라는 것은 예상을 하고 가서 의료 환경에 대해서 엄청 심각한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봉사하며 머무른 건물이 오랫동안 청소가 되지 않았는지 너무나도 먼지가 쌓여있어서 ‘이 곳에서 소독을 하고 의료 도구들이 나가도 괜찮을까’하는 걱정이 가장 먼저 앞섰다. 또한 이 곳에는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고압 증기 멸균이나 화학 가스 소독 같은 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에 오로지 우리가 세척액에 도구를 씻고 끓는 물에 삶아서 이중으로 소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외과, 산부인과, 치과 중에 치과 도구들을 가장 많이 소독을 했어야 했다. 사실 나는 외과에서 환자들을 직접 치료하는 과정을 보고 싶다는 욕심에 중앙공급부를 선택했었는데 생각 외로 수술 환자는 하루에 3번 정도 용품을 소독할 정도로 많지 않았고, 산부인과에서도 일회용 질경을 들고 온 덕에 첫째 날, 둘째 날에는 소독할 용품이 거의 없었다. 반면에 치과 환자들은 굉장히 많아서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치과용품들을 소독하였다. 간호학과를 다니며 치과용품을 만질 것이라고는 상상해보지 않았었는데 아마 평생 만져도 다 만지지 못 할 정도로 치과용품을 많이 소독한 것 같다.
‘중앙공급부’는 환자를 직접적으로 만나 무언가를 하기보다 다른 부서들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보조적으로 업무를 해주는 부서이다 보니 환자와의 에피소드는 거의 없지만, 진료를 보셨던 선생님들이 해주시는 말씀을 듣다 보면 괜히 내가 환자와 직접 접촉을 한 마냥 감정이입을 하며 듣게 된다. 아무래도 치과 보조를 가장 많이 하다 보니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치과와 관련된 이야기였는데, 이 곳 환자들은 이상할 정도로 치아를 많이 뽑고 갔다. 보통 한국이라면 신경치료니 뭐니 하면서 치과를 엄청 들락날락할 텐데, 여기는 진료를 봤다 하면 다들 치아 하나씩 뽑고 나간다. 이유를 들어보니 이 곳 빈민촌 사람들에게는 임플란트라던지 치료를 할 수 있는 환경과 경제력이 되지 않아 틀니를 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어서 일부러 치아를 다 뽑는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그저 ‘많은 분들이 이 곳에서 진료를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라고 단순히 생각했다면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한 분이라도 더 진료를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간절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뒤에서 묵묵히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봉사를 하면서 주변에 계신 선생님들의 노고가 얼마나 대단한 지 새삼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환자 분들이 정말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와 하루 진료가 끝난 후 지쳐 쓰러지신 선생님들과 고된 봉사 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불편한 지프니에서도 곯아떨어질 만큼 열심히 봉사한 동기들을 보며 내가 이 곳에 와서 봉사할 수 있게 해 준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필리핀에서의 일주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벅차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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