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해외의료봉사 체험기
21학번 공예림
처음 해보는 더블 강의에 지쳐 있던 3학년 1학기 중반, 지역사회간호학을 담당하시는 교수님께서 국제 의료에 대해 강의하시면서 필리핀의 의료봉사에 대해 언급하신 적이 있다. 코로나로 갈 수 있을까 걱정도 했었지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2학기가 되자 모집 공지가 떴다. 선발 문자가 왔던 날의 기쁨을 나는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다. 평소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는 터라, 부서를 정할 땐 한치의 고민도 없이 소아 약제부를 가고 싶었다.
첫 날, 약제부는 예제제를 준비할 게 많아서 가장 먼저 출발하는 지프니에 몸을 실었다. 처음 타보는 차량에 대한 설렘, 코끝을 찌르는 강한 매연과 함께 20분 정도를 가자 진료소 밖에 진료를 원하는 분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진료소 내의 박스들을 모두 열면서 약품을 준비하고, 소아과 옆의 공간에서 약사 선생님의 지도 하에 가장 많이 쓰이던 노란색 작은 정제인 페니라민을 반으로 가르거나, 한 알 통째로 약포지에 넣으며 약속 처방에 따라 예제제를 미리 조제했다. 다른 친구들은 시럽병에 스티커를 붙이고, 시럽을 따르며 함께 분주하게 움직이던 때에 처음으로 처방전이 들어왔다. 분명, 출국 전에 역할을 나눴었지만 아직 일에 대해 익숙해지지 않았으니 세 명이서 머리를 맞대 하나의 처방전을 해석하고, 준비했다. 진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쌓여가는 처방전이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있기도 했지만 우리는 금세 각자의 역할대로 척척 맞는 팀워크를 보여 주었다. 점차 약속처방 외의 추가 처방이 생겨 처방이 몰릴 때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으나, 팀원들을 믿고 내가 맡은 일을 먼저 정확히 해낸 후 그 밖의 일들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야를 습득할 수 있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약제부 업무 중에도, 소아과로 들어오는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보자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운 감정이 느껴지면서, 더 이상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자라기만을 바랐던 것 같다.
업무가 익숙해져 완벽해졌을 때는 벌써 진료 마지막 날이었다. 처방 일수가 2배로 늘어 정신도 없고, 소아과에 오는 아이들의 얼굴도 제대로 못 봤었지만 우리의 업무량이 늘어난 만큼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진료가 끝난 후 아쉬우면서도 뿌듯했다. 타요 비타민 하나에, 눈웃음이 너무 예쁘다는 칭찬 한 마디에, 약봉지를 건네주며 잘 가라는 인사 한 번에 손을 흔들어주며 웃는 아이들의 모습은 3일이라는 시간 동안 정확하고 신속한 약품 준비를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기에 마치 선물같은 봉사 기간이었다. 단순히 베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여동생이 오빠에게 본인의 비타민을 건네주는 모습이나, 사소한 것 하나에도 미소 짓던 빠야따스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받았다. 분명, 나는 임상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다시 해외봉사를 떠날 것이다. 지금도 머리 속에 아로새겨진 그 때의 감정과 기억들을 추억하며 말이다.
p.s 소아과 최은진 교수님께서 환자와 보호자를 대하시는 모습을 보고, 들으며 의료진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새로운 약 처방이 있을 때마다 친절하게 도와주신 박지은 약사 선생님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아픈 곳이 있을 때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함께 과를 이끌어간 소아과 팀원분들도 고생 많으셨고, 헌신적인 도움을 준 약제부 친구들 덕분에 허둥대지 않고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어. 고마워. 마지막으로 우리 소아 약제부 친구들, 우리는 3일 동안 최고의 팀워크를 보여줬어. 진짜 고생 너무 많았다. 수고했어,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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