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해외의료봉사 체험기
21학번 김혜인
3년 전, 간호학과에 진학하며 막연하게 바래왔던 해외의료봉사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걱정이 많은 편이지만 이상하게도 이번 봉사는 걱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의료봉사’라는 단어가 주는 힘 때문일까요? 덥고 습한 날씨를 싫어하고, 작은 날벌레에도 기겁을 하는 본인이지만 무엇이든 극복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건진료소를 처음 방문한 날, 진료를 기다리는 수많은 현지인분들의 악수 요청과 웰컴 목걸이로 환영해 주신 현지 봉사자분들의 미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중앙공급부(CSR)였던 저는 오염된 기구들을 받아 소독 후 반출하는 역할이었습니다. 단순히 세척액에 담가 놓거나 오토클레이브에 넣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으나 소독해야 할 기구가 많을 땐 기구마다 맞춰 놓은 타이머를 헷갈리기도 하고, 소독하는 시간이 꽤 걸려서 인지 반출되는 속도보다 반입되는 속도가 더 빨라 진료가 지연될 뻔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CSR이 일했던 공간은 두 사람이 나란히 설 수 없어 일렬로 서있어야 할 정도로 좁고 햇빛이 강하게 들어와 매우 덥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독해야 할 기구가 올 때마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제가 할게요!”라고 외치는 열정적인 팀원들 덕분에 더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CSR에서의 소소한 행복은 치과를 방문한 소아환자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울거나 떼를 쓰지도 않고 저희들의 손인사를 받아주거나 심지어 미소를 짓는 환아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아주 크고 뾰족한 마취 주사기를 보고 놀란 듯 입을 가리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환아도 있었습니다. 아마 그 아이에게는 인생 최대 위기였을지도 모르겠네요. 환자분들을 직접 마주하는 다른 부서들과 달리 다소 구석진 곳에서 소독만 하는 부서이지만, CSR이 없다면 원활한 진료가 불가능하니 꽤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 아닐까요? 이번 봉사를 통해 일이 잘 진행되기 위해선 실제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해외의료봉사에 함께한 분들 모두 누군가 시켜서가 아닌 현재 하는 일이 자신의 몫이고, 그 몫을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멋졌습니다. 이번 봉사를 통해 스스로 간호사가 될 자격이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일에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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